AHORITA

블로그 이미지
_미믜

Article Category

+ (418)
간거잘앙 (133)
잘앙아님 (101)
본거잘앙 (163)

Recent Comment

여행에 관해 통감하는 기사. 겜덕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어.  



http://news.khan.co.kr/kh_travel/khan_art_view.html?artid=201408222118465&code=900306&med=khan


[여행은…]

경험 못한 신선한 자극, 신기한 마법의 힘 가득… 

남의 시선 의식 않고 개구쟁이처럼 즐기는롤 플레잉 게임이다


탁재형 | <탁PD의 여행 수다> 필자



게임에도 여러 가지 장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독성이 강한 것은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흔히 롤 플레잉 게임이라고 불리는 부류의 것들이다. 한번씩은 들어봤음직한 ‘바람의 나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학업도, 식음도 전폐한 채 게임 속 세상에 몰두하는 자식들을 지켜본 부모라면 그 위력을 익히 실감했을 것이다. 

이런 게임 속 세상에 그토록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현실에선 맛볼 수 없는 자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 게임 속 세상에서는 구직자, 학생, 사회초년생, 명예퇴직 바람이 불고 있는 기업의 간부가 아닌 기사요, 마법사요, 군주이자 명망가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자기가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현실적 관계 속에서의 자아가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오프라인 체험이 있다.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많은 부분에서 위에 얘기한 롤 플레잉 게임과 특징을 공유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가는 신분과 인격으로부터 벗어나서 ‘여행자’(좀 더 롤 플레잉 게임의 정서를 담아 이름 붙이자면 ‘방랑자’)라는 캐릭터를 획득해 미지의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그 안엔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때로는 동맹을 맺기도 하고 때로는 견제하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간다. 하지만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게임의 룰을 알아야 하고 게임 안에서의 캐릭터로서의 직분과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바깥 세상에서 기업체의 사장님이었다고 해서 그 게임 안에서도 사장님 대접을 바라는 사람과는 아무도 함께 동맹을 맺거나 같이 싸워주려 (함께 놀아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여행을 가서도 마찬가지다. 기왕 여행을 떠났다면 늘 경험하는 일상과는 좀 거리를 두고 새롭게 얻은 ‘방랑자’ 캐릭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방랑자에게 고생은 일상이다. 내 집을 떠났으면 고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모든 고생을 불평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당연히 진행되는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 PC방 주인에게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한 가지는, 늘 하던 행동과 사고를 여행지에서 꼭 그대로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떠나지 않고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생활지도를 담당하던 교사의 신분이라고 해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한 명의 개구쟁이가 되어 놀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상식적인 한계는 존재한다.


우리는 늘 ‘주인의식’을 강조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도덕적 가치일 것이다. 그런 우리가 아무 부담없이 ‘객’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여행이다. 하지만 불청객이 아닌 환영받는 손님이 되기 위해선 ‘주인’의 심중을 잘 알아야 한다. 주인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인지, 객인 나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같은 것들을 당연히 신경써야 한다. 이런 것에 무신경해지다 보면 멀쩡한 남의 대학교 캠퍼스에 들어가 여학생들의 사진을 찍어대는 다른 나라 여행자들처럼 되기가 십상이다.


롤 플레잉 게임을 하다 보면 전설의 무기나 황금 같은 진귀한 보물들을 얻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현실 세계에선 아무런 가치를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여행에서 얻은 보물들은 우리의 일상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드는 마법의 힘을 발휘한다.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물을 꼽으라면 ‘취향’이라고 말하고 싶다. 취향은 어떤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어떤 것이 그 반대인지에 대한 자각이다. 여행은 취향의 바다다. 여행지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신선한 자극들로 가득하고, 그들 중 일부는 여행을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내 인생의 즐거움으로 남는다. 남미 음악을 틀어 놓고 네팔 향을 피우고 루마니아 술을 곁들여 인도네시아 소스로 요리한 음식을 먹을 때 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전보다 많아졌음을 느낀다. 


게임 속 세계가 아무리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한들, 우리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로그아웃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와야 한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귀국일은 피하고 싶은 독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그 세계의 법칙에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면 즐거운 추억들을 간직한 채 다시금 일상과 마주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어올 수 있다. 다음 번 로그인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Trackback 0 and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