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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p


어느 순간,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해졌다. 더 나빠질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 불안이란 감정 자체가 사라진 것이었다.

 


19p


세상을 끌고 나가는 건 2%의 인간이다. … 출마를 하고, 연설을 하고, 사람을 뽑고, 룰을 정하는 - 좋다. 납득한다. 이 많은 인간들을 누군가는 움직여야 하는 거니까. 수긍한다. 나머지 98%의 인간이 속거나, 고분고분하거나, 그저 시키는대로 움직이거나 - 그것은 또 그 자체로 세상의 동력이니까. 문제는 바로 나 같은 인간이다. … 데이터가 없다. 생명력도 없고, 동력도 아니다. 누락도 아니고, 소외도 아니다. 어떤 표현도 어떤 동의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살고 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28p


세계는 다수결이다. … 따를 당하는 것도 다수결이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치수가 원인의 전부라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둘러싼 마흔 한명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 인간은 누구나 다수인 척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86p


미국의 클리어랜드란 곳에 모기를 없애려 뿌린 디디티가 생체농축과 먹이연쇄를 통해 극지까지 갔던거야. 즉 에스키모처럼 동떨어진 인간에게도 인류의 결과가 집약될 수 있다는 거야. … 인간이란 누구나 인류의 원인이자 결과란 얘기지.



130p 


핼리를 기다리는 건, 말하자면 삶의 자세와 같은 거지. 그건 몸을 숙여 저편의 써브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일이야. 나는 탁구를 모르니까 어떤 공도 받지 않겠다, 공 같은 건 오지도 마라 - 그건 인류가 취할 예의가 아니라고 봐. 마치 우리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혜성 같은 건 오지도 마라 - 그게 아니고 또 뭐냐는 거지. 그래서 우린 매달 한번씩 핼리가 오는 날을 정하고 기다리는 거야. 긴장된 삶이로구나. 겸손한 삶이지.

 


133p 


굳이 비겨할 일도 없겠지만, 저는 4년째 컴퓨터만 하는 인간이나 2년째 전철만 타고 다니는 인간이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철이니까, 전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으므로 다르게 여겨지는 것입니다. 실은 아무 일도 안하지만, 그래서 저는 노력은 하는데 시운이 안 따르는 인재로 부모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135p 


항해술을 개발하고, 반도체를 만드는 건 1%의 인가입니다. 하지만 그걸 사용하는 건 대다수의 바보들입니다. 죽여도 되는 바보들이 아니라 인권을 가진 바보들이란 얘깁니다. 그 바보들을 어떻게 할 거냐는 것입니다. 바보들을 통제해온 방법도 날이 갈수록 그 기능이 떨어질 것입니다. 바람처럼, 바보들은 절대 영리해지지 않습니다. 영악해질 뿐입니다. … 결국 악(惡)은 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선악의 구별이 있는게 아니라 힘을 가지는 순간 악해지는 것이다. 그런 결론을 얻고 나니 세상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아무도 힘을 가져선 안되는데 누구나 힘을 얻으려 기를 쓴다.

 


171p 


보이지도 않는 존재들인데, 왜 이렇게 노력해야 하는 걸까? 이토록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우주의 대부분인 빈 공간들이 어떤 노력을 한다고는 볼 수 없잖아. 그런데도 이것은 우연일까? 이곳에 존재하고, 서로를 견제하고, 진보와 발전을 거듭하고, 자원을 이용하고, 구분하고, 차별하고, 우월해지고, 뺏고, 차지하고, 죽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살기 위해서? 이렇게 빈 공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저 어둠처럼 왜 우리는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을까? 왜 우리는 반드시 생존(生存) 해야만 하는 걸까? 어떤 우연이 우릴 그렇게 고안한 걸까? 인체를 통해 태어나고 길러져야만 인간일까? 반드시 그래야만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180p 


생존해야해. … 인간의 해악(害惡)은 9볼트 정도의 전류와 같은 거야. 그것이 모여 누군가를 죽이기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거지. 그래서 다들 다수인 척하는 거야. 이탈하려 하지 않고, 평형으로, 병렬로 늘어서는 거지. 그건 길게, 오래 생존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야. 전쟁이나 학살은 그 에너지가 직렬로 이어질 때 일어나는 현상이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추만 볼트의 파괴자가 남아 있을까? 학살을 자행한 것은 수천볼트의 괴물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전쟁이 끝난 후에 남는 건 모두 미미한 인간들이야. 독재자도 전범도, 모두가 실은 9볼트 정도의 인간들이란 거지. 요는 인간에게 그 배치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이기(利己)가 있다는 거야. 인간은 그래서 위험해. 고작 마흔한명이 직렬해도 우리 정도는 감전사 할 수 있는 거니까.

 


254p


살아남았다고 해서 인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딘가에선 힘없는 인간이 맞아죽고, 어딘가에선 힘없는 민족이 폭격을 당한다. 퍼햅스 러브와 같은 노래를 아무리 불러도, 세계의 키워드는 여전히 약육강식이다. 인류의 2교시를 생각한다면, 생존(生存)이 아니라 잔존(殘存)이다. 지난 시간의 인간들이, 그저 잔존해 있는 것이다. … 결국 지구의 인간은 두 종류다. 끝없이 갇혀 있는 인간과 잠시 머물러 있는 인간. 갇혀 있는 것도 머물러 있는 것도 결국은 당시의 선택이다. 이데아(idea)는 결국 아이디어(idea)에 불과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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