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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저자 환타님께서 적은 델리 이야기.



김아타 on-air project



어느 나라를 여행하건 수도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 나라의 정치, 경제의 중심지인건 물론이거니와 적어도 그 나라에서 가장 크고 번듯한 박물관을 가지고 있으며, 갑자기 독립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생국이 아닌바에야 최소 수백년은 된 역사의 향기를 품고 있다.

인도의 수도 델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상기해보자. 인도는 세계 4대 문명 발생국중 하나다. 황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문명이 그 시대와 현재가 단절되어 있는데 비해 인도는 문명의 영속성마저 유지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델리는 무려 3천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 자그마치 일곱개의 왕조가 도읍지로 삼았던, 그 덕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무려 3개나 품고 있는 고생창연한 역사의 도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자들의 대세는 델리 건너뛰기다. 

여행자들은 정말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델리를 싫어한다.

지금 막 배낭을 메고 황급히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자 A에게 물어보자.

'아니 대체 어제 입국했다면서 이렇게 가는 이유가 뭔가요?'

하얗게 질린 여행자 A는 나에게 손사레를 치면서 말한다. 대부분 문장의 시작은 이거다. 

'아유 말도 마세요………제가 어제 공항에서요.'

사실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은 이야기다. 정말 족히 2천번은 같은 레파토리를 들었다. 그리고 가이드북에 충분한 페이지를 할애해서 경고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수년 째 달라지지 않는다.

여행자들은 책을 보면서 '아 내가 털리는구나'를 인지하면서 털린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내가 어찌 될 운명인지를 아니까 털리면서도 마음은 편하더라구요. 이쯤되면 대책없이 낙관적이지만, 사실 여행은 이런 친구들이 잘한다. 


델리 피하기의 핵심중 가장 큰 덩어리는 명쾌하지 않은 공항에서 시내로 나오는 방법이다.

사실 어지간한 나라라면, 최소한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안전하게 운송(?)해준다.

설사 시내에서 탈탈탈 털어먹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녹록하지 않은 이 땅은 가장 기본이어야 할 

공항에서 시내로 나오는 항목에만 장장 3페이지를 가득 할애할 만큼의 버라이어티한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낮설고 물선 곳에서는 귀가 가장 약해진다. 

팔랑대는 귀 덕에 함부로 누군가를 믿고, 그들이 과장하는 위험에 간이 오그라드는 체험을 한다. 

테러위협은 과장되고, 때로는 지진이나 홍수같은 재난이 나서 원하는 호텔에 갈 수 없다고도 한다.

공무원을 사칭하는 친구들은 얼마나 많은지, 밤 10시건 새벽 1시건 여행자들에게 보여줄 가짜 '정부 관광청'은 언제나 영업중이다.

다행인건 2011년  3월부로 공항철도가 뚫렸다. 1인당 80루피, 한화로 약 2천원 가량인 이 신통한 교통수단은 델리 국제공항과 뉴델리역을 겨우 24분이면 주파한다. 많은 여행자들이 첫 숙박지로 삼는 빠하르간즈 구역은 뉴델리 공항 철도역에서 도보로 15분이면 충분한 거리. 1982년에 건설된 육중한 뉴델리 기차역을 육교를 이용해 가로지르면 그만이다. 물론 한국과 달리 어두컴컴한 뉴델리에서는 이 정도도 초보여행자에게는 가슴뛰는 모험일 수 있다.


-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성적으로 델리 피하기는 더 이상 유효하진 않다.

물론 습관처럼 지금도 여행자들은 델리를 급히 빠져나간다.

델리의 지독한 번잡함이 두려운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인도는 인간의 숲이라고.

그 숲에는 13억의 다른 얼굴들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부대낌이 싫다면, 인도는 적당한 여행지가 아니다.

인도를 인도답게 만들어주는 건 유적이 아니다. 자동차로 둘러보는 유적의 느낌은 유적에 미치지 않은바에야 몇 번 보면 시들한 돌덩어리뿐일지도 모른다.


인도는 사람을 귀찮게 한다. 

한시의 틈도 주지않고 당신에게 말을건다.


처음에 그 말은

어디가? 우리가게좀 와볼래? 이리와 싸게 해줄께 정도의 호객일뿐이지만,

그 말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13억 언어의 천재들은 가끔을 뒷통수를 친다.


언젠가, 기억에 남을만큼 성가신 가게 주인에게 잡힌적이 있었다.

통 살거라곤 없는 그 어두컴컴한 가게를 빠져나오기 위해 내가 만든말은

'생각해보고 다시 올께였다.'

가게주인은 내뒤로 이런 말을 내뱉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그래 인간은 온 생을 통 털어 생각만 할 뿐이지.'


내 구매욕구를 자극하려는 말이었을게다. 

하지만 그 순간 뒤통수를 날리던 그 언어의 신선함이란!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는, 아니 우리는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삶을 살았었다. 

가끔은 눈이, 손이, 몸이 즐거운 일도 해야한다.


부대끼지 않는다면 인도여행은 재미없다. 아니 내 머릿속에 어떤 기억으로 자리잡지 못한다. 

델리는 부대낌의 예술을 선사한다.

온 세상의 장삼이사, 천하의 잡놈들이 모여 한판 기예를 펼친다.


두려워하면, 즐길 수 없다.

쫄면, 인도는 달아난다.


이게 인도를, 그리고 델리를 여행하는 비결이다.


13억, 인간의 숲에 뛰어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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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인도 | 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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