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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항공을 타고 방콕을 경유하여 라호르 공항에 도착한건, 밤 11시. 밤에 움직이기엔 너무 위험하고 늦으니 공항노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출국장으로 나가는 순간...... 리갈인터넷인으로 가야겠다 싶었다. 되도록 밤에 혼자 택시를 타지 않는다는게 내 수칙이었으나. 여기서 밤을 새다간... 아니 샐 수 없을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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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대로 나와 어디에 줄을 서야할지 몰라 기웃거리며 헤매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다가왔다. 지상직의 스멜인듯 하여 여권을 달라는 말에 순순히 여권을 주었다. 여기저기 물어보더니 긴 줄을 헤치고 심사대 바로 앞에 나를 데려가 도장찍어주신 후, lugguage tag을 보곤 짐도 찾아준다. 그 때까지도 몰랐다. 고마운 사람이구나, 외국인에 대한 대우가 좋구나. 바보같이 이딴 생각하는데 갑자기 손을 쑥 내밀며 돈을 달란다.


그렇다. 인도에서 정차해 있는 차에 다가가 창문을 닦아주고 돈줘! 하는 사기꾼이 있다던데 대충 그런식의 사기꾼이었다. 단순한 헬퍼인줄 알았는데, 입국심사대 안까지 그런 사람이 들어와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난 당신이 공항직원인줄 알았어. 난 도와달란 말도 하지 않았고 도움이 필요하지도 않았어. 니가 스스로 한 일이야. 난 너에게 줄 돈 없어. 라고 말하자 한참 노려보더니 간다. 

이새끼 한 대 치겠네. 진짜 돈 없는걸 어쩌라고. 아직 환전도 안했는데. 그렇다고 백불짜리를 줄 순 없잖아. 세상엔 공짜가 없음을 다시 한번 명심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두번 명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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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르 공항은 내가 생각하던 그 공항이 아니었다. Sleeping in airport 차트에 worst로 뽑힌 첸나이 공항에서도 노숙을 해봤기 때문에, 나빠봐야 그 정도이지 않을까 했다. 파키스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외국 여자가 앉아 쉴 만한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그런 공항이었다.  


론리에 나온, 가장 안전하다는 city radio cap에서 택시를 타고 regal internet inn으로 출발했다. 인도는 공항에서 택시타고 가는 도중에 별에 별 꼴을 다보게 되는데 여긴 꽤 통제된 느낌.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코를 찌르던 특이한 냄새. 향냄새 같기도 하고 약간 위액섞인 연기냄새. 파키스탄의 냄새다. 다음날이 되기 까지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지는 뿌연 냄새였다. 


20분쯤 달렸을까. 택시기사는 어두컴컴하고 외진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배낭 허리춤에 있는 맥가이버 칼을 꽉 쥐고 긴장해 있는데 여기가 regal inn 이란다. 달빛조차 넘어들어오지 않는 골목이었다. 


젠장 여기 망한건가. 그래 망한것 같다. 요즘 파키스탄에 관광객이 뜸해 문을 닫았나보다. 건물도 100년은 족히 되어보이고 간판도 낡았고 창문도 다 닫혀있고. 절대 저 곳이 게스트하우스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주변은 몇 달간 치우지 않은 쓰레기들로 널려있다. 사람이 들락날락 하는 곳이라면 적어도 기척 느낄만한 뭐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냥 캄캄할 뿐이다. 


아저씨 쫌만 기다려봐 딴데 가지마 오케이?! 신신당부를 하고 2층 계단으로 올라가보려 했지만 아 씨발. 너무 무섭다. 한 발짝이라도 더 올라갔다간 지옥의 세계로 빨려들어갈 것 같이 어둡다. 계단을 세개정도 딛다 말고 내려와 택시기사한테 전화를 부탁했다. 론리플래닛을 가져오길 천만다행이다. 론리는 2008년판이라 전화번호가 바꼈을까봐 노심초사했다. 


다행히도 전화하자마자 헐레벌떡 스탭이 내려왔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냥 단지, 전기가 안들어오는 시간일 뿐이란다. 하아. 파키스탄은 전기가 안들어오는 시간이 있구나. 




다행히다. 안전하게 도착했다. 

숙소내부엔 몇개의 초가 켜 있었다. 건물 안까지 들어왔지만 공항에서 맡았던 냄새는 아직 코를 찌를듯 하다. 

어느 여행지를 가던 두근두근한 첫날밤의 기억. 파키스탄은 인도에서 만큼 그 기억이 강렬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과 극적인 안도감. 그래서 난 여기가 좋은건지도 모르겠다. 






훈자에서 동행했던 일행 준호가 찍은 리갈인 사진. 

낮에도 이정도였는데 전기도 안들어오는 밤엔 을매나 무서움 덜덜덜.

망한거 아니니 겁내지 말고 들어가시길. 2015년 6월 현재까지도 계속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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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파키스탄 | 라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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